이러쿵 저러쿵

상상력이 풍부하며 비위 약하신분은 클릭 금지(교통사고 후 목격)

영구우 2012. 6. 11. 16:56

지난 금요일 (6.8) 칼퇴를 하고 강남역 중앙 버스 차로로 갔다.
xxxx번이 바로 왔는데 버스 알림판을 보니 바로 뒤에 zzzz번이 오고 있어서 약간 더 집에 가까이 서는 zzzz번을 타기 위해 xxxx번을 그냥 보냈다.
zzzz번을 타고 버스의 왼쪽 부분 창가에 앉아서 라디오를 들으며 즐거운 주말에 신나 있는 상태 였다.


한정거장을 지나고.. 뱅뱅 사거리역인가.. 우성아파트 역인가.. 즘.. 가는데 .. 반대편 정거장에 경찰차와 버스가 한대 서 있고 그 버스의 뒤로 10m즘 떨어진 곳에 앰블런스가 있었다.
순간 무슨 접촉 사고가 났나? 라는 생각을 미처 다 하기도 전에 그 앰블런스 바로 앞에 왠 하얀 물체가 보였다.
내가 타고 있던 버스는 평소 달리던 속도로 달리고 있어서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하얀 물체가 아직도 생생이 기억난다.


우비 같은 재질의 하얀 물체 사이로 사람의 한쪽 발이 보였다.
그냥 동내에서 흔히 볼수 있는 아줌마 신발... 멋들어지진 않지만 억척스럽게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이 흔히 신는 그런 신발 이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하얗게 질린 얼굴들도 보였다.
내가 탄 버스가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도 않아서 내가 본 그 장면은 1초도 안될 것 같은데, 그 장면이 왜이렇게 생생이 기억나는 걸까..
미디어나 엽기 사이트를 통해 가끔 사람의 시체를 호기심으로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쌩눈으로 사람의 시체를 본건 초딩때 외할아버지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는데 미디어를 통해 본 죽은 사람과 진짜 내눈으로 본 죽은 사람은 너무 틀렸다.
그냥 누워 있는 사람인데 왠지 힘이 빠져있고 덮어놓은 하얀 물체 밑의 사람은 확실히 살아 있는 사람과 다른 형태였다.


정황상.. 그리고 평소 경험상.. 그 아주머니는 어떤 버스에 타시려고 줄서 계시다가 뒷사람에 밀려서 앞으로 밀려 버스에 치이 셨거나
사람이 많아서 앞사람을 피해 가려고 도로로 한발짝 내려와 걸어가시다 사고를 당하셨을 것이다.


가끔 뉴스에도 나온다.
강남역처럼 사람이 붐비는 곳은 중앙 차로가 위험하다고..
버스가 가운데로만 다녀서 인도와 여유롭게 서지도 못하고 인도에 딱 붙어 서서 위험하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밀려 떨어지기도하고..


하..
그 아주머니도 주말이라고 나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들을 만나서 쉬기 위해 퇴근 하시던 길이셨을 텐데..
왠지 남에일 같지가 않았다..


중앙차로에서 버스 타실때 모두 조심하세요. 차라리 서서 가는게 낫지 사고 당하면 나보다 가족들이 더 힘들테니..

 

서울 시내 다니면 전날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수 그리고 부상자수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있다.

저 아주머니도 다음날에는 그 전광판의 숫자로 표현 되어 진다는 것이 왠지 슬펏다.

그 가족들은 너무나 힘들텐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